Choimi Kim

김최미
고양시민 Caninet

김최미 작가는 2019년부터 <Cabinet> 작업을 시리즈로 이어 오고 있다. 작가의 책상 서랍 (Cabinet)에서 시작된 이 작업은 서랍 속 작은 물건들로부터 시작하여 과거의 기억을 소환한다. 단추, 공중전화 카드, 고무장갑 등 다양한 일상 사물을 사용하여 종이 위에 콜라주된 이미지들은 겹치고 덧대어지며 즉흥적이고 추상적인 드로잉으로 표현되어 왔다.

 

이번 온라인 전시는 지난 작업인 <Cabinet> 시리즈를 확장 시킨 프로젝트로, 작가는 여러 명의 고양 시민을 만나 추억과 이야기, 물건을 수집했고, 각각의 기억과 사연을 바탕으로 <Cabinet> 시리즈의 신작을 선보이고자 한다.

 

 

작가노트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에 내 마음을 담아야만 손이 움직였다.

사연에 동화되어야만 할 수 있는 작업이었기에 내가 그 사람이 되어서 하곤 하였다.‘

나는 <Cabinet> 시리즈를 통해 나의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꺼내어 보며 지난 시간들을 다양한 작품의 형태로 표현할 수 있었다. 내 이야기를 작품을 통해 드러낸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추억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고, 다시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한사람의 개인적인 사연이 과거의 추억을 들추어내는 과정에서 지금의 감정이 추가되고 회상하며, 작업을 진행하는 나 자신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 역시 새로운 의미와 형태로 추억이 얼마나 특별해 질수 있는지를 이번 작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사연을 보내주시고 참여해주신 고양시민 아홉 분께는 이번 프로젝트가 작게나마 추억을 소환하는 계기로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 다시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기를 바래본다. 다시 한 번 공유를 허락해주심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살아가는 중에 한번 씩 옛 기억으로 돌아갈 수 있는 순간이 있었음을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

 

‘사람의 이야기만이 사람이 살아갈 힘을 주는 회복제‘라는 말을 떠올리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분들이 추억을 되새기고, 코로나로 지친 몸과 마음에 위로와 공감을 얻어 가실 수 있기를 바란다.

김최미_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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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최미_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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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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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최미_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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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명 – 일산호수공원 사진

 

배우 고진명님의 사진은 내게도 익숙한 일산호수공원을 찍은 것으로, 평소 자주 찾는 장소라고 한다. 사진 속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들어있고, 그 사이로 자라나 있는 양쪽 나무 사이엔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술잔의 형상이 보인다. 아무도 보지 못했을 풍경이다. 스스로 찾아낸 풍경 속에서 혼자 대본연습을 하기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비밀 장소였다. 아무도 그곳을 모르실거라 하셨다.

 

비슷해 보이지만 사진 속에서 계절의 변화가 조금씩 보일 때 마다 얼마나 섬세한 분인지 느낄 수 있었다. 배우로서의 노련한 삶이 보이기도 하고, 처음 뵙는데도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금방 친구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언젠간 함께 그 장소에 앉아 영화 얘기를 오래오래 할 날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고진명 _일산호수공원 사진 사연 인터뷰
2021.1.30일 오후3시 44분촬영
2021.1.30일 오후3시 44분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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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5.29일 오후5시 29분촬영
2020.5.29일 오후5시 29분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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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3.2.일 오후1시50분 촬영
2019.3.2.일 오후1시50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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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30일 오후3시 44분촬영
2021.1.30일 오후3시 44분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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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순 – 돋보기

 

남동순님의 사연은 제일 처음 받은 사연으로 너무나도 강렬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돌아가신 남편을 추억하며 남편의 돋보기를 주제로 사연과 글을 써주셨다.

갑자기 내 삶과 함께 나의 어머니, 아버지의 삶도 다시금 돌아보게 하고 말았다.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지만, ‘모든 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고‘ 조금 더 노력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을 스스로에게 던져주었다.

 

사연을 받고 만난 남동순님은 과거에 초등학교 교사로 지내왔고 공교롭게도 아버지와 같은 사범학교출신이셨다. 몹시도 반가워하시며 아버지와 통화를 원하기도 하셨다.

어렸을 적 꿈이 화가와 시인이어서 8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충만한 감수성과 뛰어난 예술 감각을 갖고 계신 것 같았다.오랜 교사생활과 아이들을 키우느라 바쁜 일상 속에서도 그러한 감수성들을 잃지 않고 살아오신 것 같아 존경스러웠다.

 

살아오면서 만난 귀한 인연이었다. 오래오래 우리 곁에서 많은 가르침을 주셨으면 한다.

돋보기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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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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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순 할머니
남동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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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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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순 _ 돋보기 사연 인터뷰

 

 

이경민 – 사진 작업

 

이경민 작가의 사연은 같은 작가이기에 살짝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작업은 순식간에 풀린 케이스가 되어 버렸다. 오래된 사진과 이미 편집이 다 되어버린 작품 그 자체였기에, 내가 더 이상 손 댈 필요가 없었다.

 

가지고 있던 16년 된 종이에 그대로 작업을 진행하고, 책으로 잘 엮었을 뿐이다.

그러고 싶었다. 다른 군더더기를 첨가 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완전된 작품을 나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이경민 _ 사진작업 사연 인터뷰

 

 

 

 

엄순미 – 월하의 공동묘지

 

엄순미 작가님은 고양미협에서 만나 사연을 부탁하고 부담스럽다고 극구 사양하시는걸 반 강제(?)로 사연을 받아내었다. 도착한 사연은 너무나도 공감이 되는 내용이었는데,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 그런 걸까. 사연이 너무나도 재미있어서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글 속에서 나도 같이 공포영화를 봤고, 동네골목 어귀에서 핀치기를 하던 어릴 적 내 모습이 오버랩 되기도 하였다. 언제 동네에서 만나 수다를 떨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순미 내유년의서랍 1
엄순미 내유년의서랍 2
엄순미작가
엄순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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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순미작가2_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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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순미작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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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순미작가
엄순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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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 베넷 저고리

 

요리 강사이신 이서영님의 베넷저고리 사연은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사연이었다. 예상대로 보내주신 두 아들의 사진을 보고, 역시나 아들들을 훌륭하게 키워내셨구나 싶었다. 과거의 어려움을 모두 이겨내고 지금은 더할 나위 없는 삶으로 열심히 살고 계신 것 같아 부러웠다.

 

지나보면 힘들었던 삶도 언젠가는 지나가듯, 두 아들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기를 바래본다.

이서영 _ 베넷 저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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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숙 – 도장

 

조현숙님의 아버지가 만들어준 도장 사연은 묵묵하게 표현은 잘 하지 못했지만 잔잔한 사랑을 주셨던 그 시절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이 보여 지고 있었다. 모두의 아버지가 그렇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다.

 

지금 현재의 시점에서 생각하는 아버지에 대한 느낌을 고스란히 몸으로 느끼고 있을 조현숙님에게 아버님을 떠올리고, 사연을 적어가는 행위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의 아버지와 마주한 순간은 참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조현숙 _ 도장 사연 인터뷰
조현숙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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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숙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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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현 – 피아노

심리 상담선생님이신 조혜현님은 나의 상담을 해주고 계신 분인데, 요즘 취미로 피아노에 입문하셔서 너무나도 행복한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 주셨다. 오롯이 자신에 집중할 수 있어서, 스트레스 또한 날릴 수 있어서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는 나도 좋았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여러 가지 사정 얘기를 듣다보면 힘들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는데, 이렇게 취미생활을 하며 극복하는 모습을 보니 배울점이 많았다. 그리고 신나게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곧 어려운 곡도 치실 것 같았다. 선생님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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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1_14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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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현상담사-피아노
조혜현상담사-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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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마치며

이렇게 9명의 사연이 아티스트북으로 여러 시일을 거쳐 완성이 되었다. 작업은 내 사연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이 하고 또 지금 현재에 우리 주위에서 있을 수 있는 소중한 감정과 추억으로 단편적이긴 해도 작업으로 이끌 만큼은 되었다.

 

사진과 글로만 이루어져 있는 사연과 개인의 성향을 떠올리니 도저히 작업에 진전이 없을 것 같아, 이전에 내가 해오던 작업방식을 고수 하였다. 원단 샘플 책을 이용하여 9명의 방대한 사연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모든 상황이 현실 속 나의 모습이 되기도 하여 이 정도에서 멈추려고 하였다. 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고 나니 한편으론 아쉬움과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었지만 가만 가만, 토닥토닥 마무리를 하였다.

 

힘들었지만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은 경험을 해본 작업이었음은 틀림이 없다. 사람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조율하는 과정이 나에겐 벅찼고, 때로는 새로운 만남이 어색하기도 하였다. 이런 과정들은 혼자 작업해온 나에게는 힘든 부분이었지만 어느 순간 많은 것을 이해하려 애쓰는 내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두 분의 작품이 공개되지 못한 채로 전시를 하게 되었다.

사연은 보내졌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공개하지 못했다. 이것도 작업과정의 결과물이기에 전시 넣기로 하였다.

 

모든 분들이 각각 다른 입장과 상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충분히 이해하고, 더불어 동참해 주신 분들께는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