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양 Ha-Yang
Yang hyeri solo exhibition
30 April - 3 June 2021
side step vol. 6
Curated by mwa press
Space Supported by Art Space Hue
우리는 가끔 예언자가 될 수 있는데, 그것은 특별한 능력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이 한 일들이나 생각이 미래에 어떻게 나타날지 어느 정도 예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의 거대한 사고를 겪은 개인이 그 사건에 휘말려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다양한 원인과 결과가 존재하는 하나의 사고는 사건이 되어 그 층위가 점점 심화되기도 한다. 이러한 복잡함 속에서 개인은 수없이 분열하고 분절하거나 부서져 아예 새롭게 다시 자기 자신을 정의해 버리기도 한다.
한 사람의 경험이 모조리 기억되거나 기록될 수 없기 때문에 취사선택으로 편집되고 수정되거나 때때로 왜곡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분열되고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기억과 기록의 부산물들은 끊임없이 생각이 나거나 반복하여 이야기되거나 잊어진다.
오랫동안 떠났다 돌아온 집에는 과거 자신의 기록과 흔적으로 가득했다. 소중히 간직되었으리라 생각했던 물건들은 오히려 온데간데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기억과 기록의 당황스러운 부산물에 당면하는 순간, 변주되며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는 기억과 기록들로부터 이제 그만 해방되고 싶다는 일종의 욕망도 생겨났다. 우리가 예언자가 될 수 있는 반면, 자신의 과거가 곧 자신의 미래는 아니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기억과 물건들을 재료 삼아 글을 쓰고 사진을 편집하여 책의 형태로 결과물을 만들었다. 파편화된 기억을 두서없이 묶고, 이제는 연락하지 않는 친구들의 편지와 잃어버린 물건들을 담았고, 기억나는 일들을 기억했고, 기억나지 않는 것들이 잊어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카메라의 노출이 지나치게 되면 마치 픽셀이 타버리거나 소멸된 것처럼 하얗게 ‘날라’ 간다. 사진 보정을 할 때, 이렇게 날아간 부분은 빨갛게 경고등처럼 표시되고 그것이 사진 이미지 속에서 하나의 색으로써 표현되기 위해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는 일을 반복해왔다.
어떤 날에, 일부러 노출을 지나치게 주어 하얗게 하얗게 사진을 찍은 시절이 있다. 거쳐야 하는 과정, 뭐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강박, 머리를 다치게 된 사고, 정신을 망가뜨린 사건, 그러다 결국 과도한 망상으로 이어지는 반복되고 분열되어 삶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버린 과거로부터 이제 그만 해방되고 싶은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기억과 기록으로 과거나 미래 또는 망각에 맞선다고 생각했으나 오히려 지금, 자신이 직면한 바로 그 순간에 맞서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_ 양혜리 작가노트